카페나 디저트 샵을 창업할 때, 인테리어 비용 다음으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바로 주방 장비입니다.
커피머신이 맛을 책임진다면, 매장의 '시각적인 맛'을 책임지는 것은 단연 업소용 냉장고입니다.
매장에 들어선 손님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이자, "저거 맛있겠다, 하나 먹을까?"라는 구매 결정을 내리는 3초의 승부처가 바로 이 쇼케이스 앞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비싼 커피머신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쇼케이스는 "그냥 시원하기만 하면 되지"라며 저가형 모델을 덜컥 구매하곤 합니다.
결과는 어떨까요?
비 오는 날이면 유리에 습기가 차서 안이 보이지 않거나, 공들여 만든 케이크가 반나절 만에 말라비틀어져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는 곧장 매출 하락과 직결됩니다.
1. 무엇을 담을 것인가? : '수분'과의 전쟁 (제과용 vs 음료용)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용도'입니다.
쇼케이스는 보관하는 식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냉각 방식이 완전히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차이를 무시하면 식재료 폐기율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제과용 쇼케이스 (Bakery Type): 습도가 생명 케이크, 마카롱, 샌드위치 등 빵과 크림이 주력이라면 반드시 '제과 전용'을 선택해야 합니다.
일반 냉장고처럼 바람을 직접 쏘는 방식은 수분을 빼앗아 빵 겉면을 딱딱하게 만듭니다.
제과용은 고내 습도를 70~80% 수준으로 유지해 주는 기능이 있어, 랩을 씌우지 않고 진열해도 촉촉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음료/주류용 쇼케이스 (Beverage Type): 냉각 속도가 생명 병음료, 캔맥주, 밀키트 등을 보관한다면 습도보다는 '빠른 쿨링(Cooling)'이 중요합니다.
문을 자주 여닫아도 설정 온도인 3~5도까지 빠르게 떨어트리는 강력한 컴프레서 성능이 우선입니다.
만약 제과용 쇼케이스에 음료를 가득 채우면 냉각 효율이 떨어져 음료가 미지근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2. 비 오는 날의 악몽을 피하라 : '결로 방지' 기술 확인
장마철이나 습도가 높은 여름, 쇼케이스 유리가 뿌옇게 흐려져 내용물이 하나도 안 보이는 카페를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이를 '결로 현상'이라고 합니다.
내부와 외부의 온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 물방울인데, 이는 매장 관리가 소홀해 보이고 제품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요인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확인해야 할 스펙은 두 가지입니다.
페어 유리 (Pair Glass): 유리 두 장 사이에 진공층이나 가스층을 넣어 단열 효과를 높인 유리입니다.
홑유리보다 결로가 덜 생기고 전기세 절감 효과도 있습니다.
열선 내장 (Heated Wire):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유리에 미세한 열선을 넣어 표면 온도를 살짝 높여줌으로써 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원천 차단합니다.
저가형은 전면에만 열선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산이 허락한다면 전면, 측면, 윗면(3면) 모두 열선 처리가 된 제품을 골라야 365일 투명하고 깨끗한 진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요즘 트렌드는 이것! : UV 접합과 프레임리스 디자인
업소용 냉장의 형태는 매장 인테리어의 품격을 결정합니다.
과거에는 튼튼한 스테인리스 기둥(프레임)이 있는 사각형이나 둥근 라운드형이 많았지만, 최근 트렌드는 '개방감'입니다.
UV 접합 (No Frame): 유리를 지지하는 불투명한 테두리나 기둥을 없애고, 유리끼리 특수 접착제(UV)로 붙인 방식입니다.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없어 마치 케이크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고급 디저트 부티크나 모던한 카페에서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사각 vs 사선형: 공간 활용도 면에서는 직각(사각) 형태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쇼케이스 윗부분(Top)을 평평하게 쓸 수 있어 메뉴판이나 POP, 작은 소품을 올려두기 좋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선형은 손님이 위에서 내려다볼 때 시인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4.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조명'의 온도 (캘빈값)
"왜 우리 가게 케이크는 맛없어 보일까?"라고 고민된다면 조명 색상을 점검해 보세요.
업소용 쇼케이스 내부의 LED 조명 색온도(Kelvin)에 따라 음식의 색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구색 (3000K): 따뜻하고 노란빛입니다.
갓 구운 빵, 쿠키, 금방 내린 타르트 등 '따뜻함'이 연상되는 베이커리류에 적합합니다.
식욕을 자극하고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주백색 (4000K): 자연광에 가까운 아이보리빛입니다.
생크림 케이크의 하얀색을 가장 깨끗하고 고급스럽게 표현해 줍니다.
너무 노랗지도, 너무 파랗지도 않아 가장 대중적으로 쓰입니다.
주광색 (6500K): 형광등 같은 하얀빛입니다.
신선함이 중요한 샐러드, 샌드위치, 과일청, 차가운 음료를 진열할 때 청량감을 극대화해 줍니다.
구매 전, LED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지, 혹은 층별로 다른 색상의 조명을 설치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꿀팁입니다.
(예: 1단은 음료용 주광색, 2단은 케이크용 전구색)
5. 설치 환경과 A/S의 용이성
마지막으로 놓치기 쉬운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업소용 냉장고는 생각보다 덩치가 크고 무겁습니다.
진입로 확보: 본체 사이즈만 재지 말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통로와 문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구매 후 문을 통과하지 못해 사다리차를 부르거나 유리를 떼어내는 공사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기계실 위치와 소음: 기계실(컴프레서)은 보통 하단에 있지만, 제품에 따라 좌측/우측 매립형이 다릅니다.
통풍구가 막히면 고장의 지름길이 되므로 설치할 공간의 벽면 방향을 고려해 기계실 위치를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오픈 주방이라면 소음(dB) 수치를 체크하여 손님들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지 확인하세요.
국내산 vs 수입산: 디자인이 예쁜 수입산 제품은 부품 수급이 어려워 A/S가 2주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영업에 지장이 없으려면 확실한 A/S 망을 갖춘 국내 브랜드 혹은 공식 수입원을 통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업소용 냉장고는 한번 자리를 잡으면 쉽게 바꿀 수 없는, 매장의 '붙박이 가구'와도 같습니다.
단순히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최저가를 찾기보다, 우리 매장의 주력 메뉴가 무엇인지, 조명은 어떤 분위기로 갈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오늘 정리해 드린 5가지 포인트,
용도에 맞는 냉각 방식 (수분 유지)
3면 결로 방지 열선 시스템
개방감을 주는 UV 접합 디자인
메뉴를 살리는 조명 색온도
확실한 A/S 보장